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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릴리스

AI가 거의 다 만들어 주는 시대에, SaaS는 어떻게 남을까

코드를 만드는 비용이 내려가면 SaaS를 지켜 주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데이터와 신뢰, 유통이고, 새로 만드는 쪽은 만드는 일보다 발견되는 일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쓰게 될 수 있다.

SaaS(구독료를 받고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AI가 코드를 거의 다 짜 주는 시대에도 팔릴까. 요즘 이 질문을 자주 한다. 이 글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필자의 생각이다.

Claude Code 같은 도구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속도를 이상할 정도로 올려 놓았다. 예전에는 몇 주, 몇 달이 걸리던 일이 며칠이면 된다.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하고 API 몇 개를 붙여 주말 동안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같은 걸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월 29달러(약 3만 9,000원)짜리 단순한 SaaS를 생각해 보자. 핵심 기능이 좋은 프롬프트와 몇 시간의 작업으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면, 누가 계속 그 돈을 내겠는가.

이 걱정을 한 번 더 키운 게, 요즘 깃허브에서 화제가 된 REA다.

REA(Reverse Engineer Anything)는 Claude Code, Codex, Cursor 같은 AI 코딩 에이전트에 역공학 도구를 연결해 주는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다. 역공학이란 소스 코드가 없는 프로그램을 뜯어 보며 동작 방식을 알아내는 일이다. Ghidra·Hopper·IDA 같은 분석 도구(실행 파일을 읽기 쉽게 풀어 주는 프로그램)를 에이전트가 직접 쓰게 해, 실행 파일이나 앱의 동작을 근거와 함께 설명하게 한다. 결과물은 원본 소스가 아니라 의사코드(사람이 읽기 쉽게 풀어 쓴 코드 비슷한 글)와 어셈블리(기계에 가까운 저수준 명령)다. 다만 읽는 대상은 사용자 쪽에 놓인 것(데스크톱·모바일 앱, 웹사이트의 화면 쪽 코드, 펌웨어 등)이다. 회사 서버에서만 도는 SaaS의 백엔드 코드는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보도는 공개 일주일 만에 스타가 10만 개를 넘었다고 전하지만, 집계마다 수치가 달라 정확한 수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도구를 두고 “이제 바이너리만으로도 따라 만들 수 있는 거 아니냐”, “소프트웨어 해자(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렵게 막아 주는 장벽)가 끝났다”는 반응이 일부 개발자 사이에서 나왔다.

내가 여기서 느낀 건 도구의 성능보다 인식의 변화다. 예전에는 “코딩이 어렵다”가 방어막이었다. 그다음에는 “일단 만들면 된다”가 흔들렸고, 이제는 “소스가 없어도 동작을 엿볼 수 있다”까지 이야기에 붙었다. 데모와 실제 제품 사이에는 여전히 큰 틈이 있다. 그래도 데스크톱·모바일 앱이나 확장 프로그램처럼 사용자 손에 배포하는 제품이라면 “내 로직은 비밀”이라는 가정은 편하게 두기 어렵다. 서버에만 있는 코드는 이 도구로 볼 수 없지만, 화면과 동작은 눈에 보이는 만큼 따라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능력과 숨기는 능력의 가치가 둘 다 줄고 있다. 그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는 나도 아직 단정하지 못한다.

기존 SaaS의 성장세는 유지될까

이미 자리 잡은 SaaS는 당장 죽지 않을 것이다. 고객이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이미 그 안에 넣어 두었고, 회사 안에서 “다른 걸로 바꿔 보자”는 말 자체가 비용이다. 연동, 권한, 감사, 지원은 주말에 만든 클론(따라 만든 복제품)이 하루아침에 대체하지 못한다.

다만 성장이 어디에 붙는지는 갈린다. 기능만으로 차별하던 제품은 가격 압력부터 받는다. 사용자 수만큼 돈을 받는 좌석당 구독도, 자동화로 사람 자리 자체가 줄면 예전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업종의 업무를 끝까지 붙잡은 제품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고 연동이 깊어질수록 월 구독은 기능을 사는 돈이 아니라 문제를 안 떠안는 돈에 가까워진다. REA가 흔든 건 “코드가 안 보이니까 안전하다”는 쪽이지, “우리 회사 데이터가 여기 쌓여 있고 매일 이 화면으로 일한다”는 쪽은 아니다.

새로 만든다면,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만들기가 싸졌다는 말은 같은 아이디어로 뛰어드는 비용도 싸졌다는 뜻이다. 내가 보는 위험은 네 가지다.

복제와 가격.
주말에 만든 제품은 다른 사람도 주말에 만든다. “내가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의 유통기한이 짧아졌다. 월 2999달러(약 3만 9,00013만 3,000원)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 돈의 이유가 “코딩이 어렵다”나 “소스가 비공개다”라면 불안하다. 고객이 직접 비슷한 걸 만들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구독은 사치가 된다. 만들고 고치고 지키는 비용을 대신 진다는 설득이 있어야 한다.

유지보수.
데모는 쉽고 운영은 여전히 어렵다. 장애, 보안, 결제, 고객 문의, 모델·API 변경 같은 일은 AI가 코드를 빨리 짜 줘도 “누가 책임지느냐”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혼자 운영하면 이 부담이 한 사람에게 몰린다.

시장 선택.
넓은 시장에서 얇은 기능을 팔면 더 큰 도구나 더 싼 복제본과 바로 붙는다. 좁은 문제에 깊이 들어가면 시장은 작아지고, 그 업종을 알아야 하며,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든다. 빨리 매출을 보고 싶은 마음과 복제되기 어려운 자리를 고르는 마음은 자주 엇갈린다.

유통.
만들기 쉬워질수록 발견되지 않는 제품도 늘어난다. 지금은 만들어도 안 보이면 끝난 것과 같다. 채널이 없으면 잘 만든 완성품도 재고로 남는다.

제품은 쏟아지는데, 마케팅 비용은 늘어날까

적어도 같은 수준의 관심을 사려면 늘어난다고 본다. 제품 공급은 늘었는데 사람의 주의와 검색, 피드 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비슷한 랜딩 페이지(제품을 소개하는 첫 화면)와 비슷한 “AI로 만든 ○○”가 쌓이면 고객이 고르는 비용도, 그 속에서 이름을 남기려는 비용도 오른다.

개발이 싸지면 마케팅에 돈을 못 쓰던 1인 개발자도 광고를 살 여력이 생긴다. 그만큼 입찰에 들어오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래서 병목이 개발에서 고객 획득 비용(CAC,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돈)으로 옮겨 간다. 월 29달러 제품에서 CAC가 조금만 올라도 본전을 찾는 기간은 길어진다. 만들기는 주말인데 마케팅은 몇 달이 될 수 있다.

좁은 분야(특정 업종), 기존 고객 네트워크, 입소문, 검색에 오래 남는 전문성은 광고 단가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다. 다만 그건 마케팅이 싸다는 뜻이 아니라 유통을 이미 갖고 있거나 직접 짓는다는 뜻이다.

트래픽을 주는 회사에 잘 보여야 할까

마케팅 비용이 오르면 다음 질문은 사람을 모아 둔 플랫폼에 줄을 서야 하느냐다. 검색, 앱스토어, 소셜, 마켓플레이스, 큰 SaaS의 플러그인 장터, 그리고 앞으로는 AI 어시스턴트가 추천하는 자리까지 트래픽은 소수의 문 앞에 모인다. 그 문을 지나려면 규칙과 수수료, 추천 로직에 맞춰야 한다. “잘 보인다”는 말은 아부가 아니라 그 회사의 인센티브에 내 제품이 맞게 서 있느냐에 가깝다.

대가도 있다. 순위나 API 정책이 바뀌거나 플랫폼이 비슷한 기능을 직접 넣으면 노출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어렵다. 혼자서 자체 유통만으로 구독 고객을 모으는 일은 개발보다 더 큰 일이다. 그래서 트래픽을 한쪽 문에만 맡기면 그 문이 곧 사업이 된다고 본다. 플랫폼에 얹히되 고객 관계와 데이터, 이탈 경로의 일부는 내 손에 남겨 두면 타협이고, 노출 전부를 맡기면 임대다.

자금력이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걸까

개발만 놓고 보면 답은 오히려 반대다. AI 코딩 도구, 클라우드, 결제, 템플릿 덕에 제품을 만들어 올리는 문턱은 낮아졌다. 2026년의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자금이 있어야 개발한다”는 말은 점점 안 맞는다.

남는 건 다른 종류의 자금이다. 보이게 만들고, 기다리고, 장애와 고객을 감당하는 돈이다. CAC가 오르고 플랫폼 수수료가 붙고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흑자까지 버틸 현금이 필요하다. 자금의 쓰임이 코드를 사는 돈에서 시간을 사는 돈으로 옮겨 간다. 부트스트랩(투자 없이 직접 번 돈으로 키우기)이 불가능해진 게 아니라 통과해야 할 구간이 개발에서 유통과 생존으로 옮겨 간 것이다. 자금이 많으면 광고와 채용으로 그 구간을 살 수 있고, 적으면 좁은 시장, 기존 관계, 콘텐츠처럼 돈이 덜 드는 유통을 더 일찍 골라야 한다.

정리

나는 아직 답을 고르지 못했다. 다만 방향은 조금 선명해졌다. 새로 만드는 쪽이 지는 위험은 기술적 실패보다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참고되며, 쉽게 묻히는 쪽에 서는 일이다. 남이 주말에 따라오기 어려운 것은 고객 문제에 대한 이해, 연동과 데이터, 신뢰, 유통이다. 이 네 가지는 원래부터 코드 밖에 있었다. 그러니 제품은 “왜 이 구독을 끊기 어려운가”, “어떻게 발견되는가”, “그 발견을 누구에게 임대하지 않을 것인가”를 처음부터 답해야 한다고 본다. 개발은 싸졌고, 그다음이 비싸졌다.

개발자에게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래는 필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추정과 조언이다.

  • 구독료를 정당화하는 이유를 점검한다. “코딩이 어렵다”나 “소스가 비공개다”보다 데이터 보관, 연동, 책임, 신뢰가 가격의 근거가 되는지 따져 본다.
  • 데스크톱·모바일 앱이나 확장 프로그램처럼 사용자 손에 배포하는 제품이라면, 핵심 로직이 겉으로 읽힐 수 있다고 가정하고 서버로 옮길 부분을 정한다.
  • 제품을 만들기 전에 고객을 어디서 만날지부터 정한다. 한 플랫폼에만 노출을 맡기지 말고 고객 목록과 데이터의 일부를 내 손에 둔다.
  • 돈이 적다면 좁은 시장, 기존 관계, 콘텐츠처럼 광고비가 덜 드는 유통을 먼저 고른다.

앞으로 볼 것

  • REA 같은 역공학 도구가 실제 상용 제품 복제에 얼마나 쓰이는지, 그리고 제품 제작사와 플랫폼이 어떤 대응 정책을 내놓는지.
  • AI 어시스턴트와 앱 장터가 추천하는 도구의 기준이 공개되는지.

환율은 2026년 10월 16일 기준(1달러≈1,343원).

출처

출처: git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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